4월의 과학사: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방법

 흔히 말하는 오감 중 시각은 인체 감각 수용체 중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본다’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글 역시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며 지금도 눈앞에 무언가가 ‘보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눈으로 보는 작업은 인간에게 광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눈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모든 것을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은 ‘눈’ 하나가 아니다. 바로 빛이 필요하다. 빛이 해당 물체의 정보를 담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우리는 그것을 해석한다. 이 과정이 ‘본다’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저 먼 우주에 존재한다. 우리가 보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인 ‘빛’을 빼앗아 가버리는 괴물. 블랙홀이 그 주인공이다.

블랙홀의 상상도


 영국의 성직자 겸 철학자 존 미첼이 1783년 블랙홀의 개념을 처음 언급한 이래 이 의문의 천체는 오랫동안 천문학자들 사이에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중력이 너무나도 강해 빛도 빠져나갈 수 없는 천체라니? 아인슈타인조차 이러한 천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펜하이머가 하틀랜드와 함께 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였지만 여전히 계산 상으로만 예측할 뿐 실제 블랙홀을 찾아내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이제 블랙홀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지 그 증거를 가져와야 했다.

 블랙홀은 1964년이 되어서야 그 흔적을 잡을 수 있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X선을 측정하기 위해 발사한 관측 로켓에서 여러 개의 X선 천체가 발견되었다. 그 중 백조자리 위치에서 발견된 강력한 X선 천체가 있었는데 이를 백조자리 X-1이라 부른다. 지구 대기에 의해 막혀버리는 X선 관측은 잠깐의 로켓 발사로는 한계가 있었고 1970년, 우후루라 불리는 위성을 발사하여 X-1을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청색 초거성 별 옆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가 별을 당기고 있었다. 이 정체 불명의 천체가 블랙홀인가 아닌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특히 1970년대에는 계산된 질량(태양 질량의 7배 이상) 역시 불확실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권위자였던 스티븐 호킹과 킵.손은 이 천체를 가지고 내기를 걸기도 했다.

백조자리 X-1의 상상도. 블랙홀이 청색초거성의 물질을 끌어당기고 있다.


 의문은 곧 확신이 되었다. 지속된 연구와 관측을 통해 백조자리 X-1은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블랙홀로 확정되었다. 호킹은 내기에서 졌고 자신의 블랙홀 연구가 옳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 이 X-1은 2021년 한국천문연구원과 국제 공동연구팀이 다시 분석하여 그 질량이 태양의 21배로 이전 결과값보다 무려 50% 가까이 무겁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제 블랙홀은 실존한다. 다만 여전히 블랙홀이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스티븐 호킹의 모습. 블랙홀이 있다고 믿었던 호킹은 정작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 아니다에 내기를 걸었다. 만약 내기에 지더라도 자신이 연구가 옳다는 것이 되므로 여러모로 기분 나쁠 일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백조자리X-1이 강한 X선을 뿜어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전파를 통한 우주 관측에서도 이상한 천체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케임브리지 출신의 호주 천문학자 존 볼턴은 2차 대전 당시 레이더 개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전파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강력한 전파를 뿜어내고 있는 천체의 위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는데 이 중 우리은하의 중심 방향으로 추측되는 강한 전파원 궁수자리A에 관심을 가졌다. 과연 우리은하에서 이 강력한 전파가 나오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이 전파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비밀은 1963년 퀘이사가 발견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존 볼턴이 사용했던 전파망원경. 땅에 포물면의 장치를 만들었다.


 1963년 마르틴 슈미트와 연구팀이 강력한 전파원 3C273의 위치를 특정해 관측한 결과 이 천체가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이 전파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었다. 그 유력한 후보자로 꼽힌 것이 블랙홀이었다. 이 괴물같은 천체가 퀘이사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많은 의문점이 풀린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궁수자리A로 돌아가보자. 블랙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도 은하의 중심 부분에 위치할 가능성이 있다. 1970~80년대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은하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활동성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i, AGN)이라 부른다. 그 사이 1974년, 미국의 천문학자 로버트 브라운과 브루스 발릭은 웨스트버지니아에 위치한 45피트 전파망원경으로 궁수자리A 속 강한 전파원을 드디어 찾아냈다. ‘은하중심부의 밀집전파원’이라 불린 이것은 줄여서 궁수자리A* (더 줄여서 Sgr A*)로 부른다.

찬드라 X선 망원경이 관측한 Sgr A*의 모습


 Sgr A*의 위치는 알아냈어도 이 천체를 자세히 살펴보기에는 제한 사항이 상당히 많았다. 수많은 성간물질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을 방해했다. 블랙홀은 애초에 볼 수 없고(만약 저 천체가 진짜 블랙홀이라면) 일반 망원경으로는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이때 사용한 것은 적외선이었다. 성간 먼지를 뚫고 나올 수 있는 적외선으로 Sgr A*를 살펴본 유럽과 미국의 연구진은 (각각 독자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주변을 도는 별의 이상한 움직임에 집중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관찰은 별의 움직임을 휘게 만드는 이 정체 불명의 천체가 블랙홀이 분명함을 보였다. 이제 우리은하 중심에도 블랙홀은 있다. 다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Sgr A* 주변 별 움직임을 연구한 안드레아 게즈(중앙)와 라인하르트 겐첼(우측)은 2020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좌측에 있는 로저 펜로즈 역시 블랙홀 연구의 대가로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은 블랙홀에게 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녕 블랙홀을 눈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블랙홀로 들어가 버리는 빛은 몰라도 그 주변을 휘감아 빠져나오는 빛을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을까.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사람들의 인식과 다르게 블랙홀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것이 돌고 있다. 물질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강착원반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안쪽, 물질이 닿을 수 없는 곳에는 빛이 존재한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하듯 아슬아슬한 중력 평형을 유지하면서 블랙홀을 돌고 있는 빛의 고리. 빛의 고리가 유지되는 궤도는 항상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던 빛은 빨려들어가거나 튕겨나와 우리를 향해 올 수도 있다. 어쨌건 블랙홀 주변에서는 빛이 나온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재료가 있는 것이다. 이제 그 빛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NASA에서 제공한 블랙홀의 개요. 중심 블랙홀의 그림자 바로 바깥에 빛의 고리(photon ring)가 있다.


 막상 나오는 빛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도달하는 양이 너무 적어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일반적인 눈(망원경)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망원경이 더 작은 물체를 보기 위해서는 더 커다란 구경이 필요하다.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을 만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달에 떨어진 도넛 정도를 구별할 수 있어야 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냥 큰 수준이 아니라 ‘지구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했다. 지구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만든다? 자본의 문제 이전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었다.

 이 문제의 해답은 사실 과학자들이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술의 사이즈를 키우면 되는 일이었다.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라 불리는 이 기술은 1974년 노벨상 수상자인 마틴 라일이 이미 제안한 관측 방법이었다. 전파간섭계는 서로 멀리 떨어진 전파망원경을 서로 연결해 가상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각각의 망원경이 독립적으로 관측한 한 대상의 데이터를 합치는 기술인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각 망원경의 관측 자료에 초정밀 시간 정보가 같이 기록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망원경들 사이의 거리와 기록된 시간 차이를 보정하는 것이다. 이 망원경 사이를 대륙 수준으로 늘려버린 VLBI는 얼핏 보면 구현하기 힘들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1989년 성공적인 관측을 진행했었다. 그렇다면 대륙 수준의 망원경 간 거리를 더 멀리 늘려버리면 어떻게 될까? 지구 곳곳에 위치한 대형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연결한다면 그 자체가 지구 크기 망원경이 되는 것이 아닌가. 블랙홀을 보기 위한 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VLBI의 개요. 천체까지의 거리가 각 망원경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시간 차이가 생긴다.


 이론 상으로 가능하더라도 전 세계에 있는 망원경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국제적 협력과 자금이 필수였다. MIT의 세퍼드 돌먼과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의 하이노 팔케가 중심이 된 이 연구팀은 작은 규모로 관측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를 조금 더 홍보하기 위해 이름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미국, 유럽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모아 온 연구팀은 그 크기도 방대해졌다. 2014년 말 EHT의 내부 조직 형태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리고 2016년. 유럽, 미국, 아시아, 멕시코, 캐나다 도합 13개의 기관, 200여 명의 연구진이 모인 거대 팀이 결성되었다. (이 규모는 이후 300명을 돌파하게 된다.)

2017년 관측 당시 EHT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기존에 조금씩 운용하던 EHT는 이제 목표물을 정했다. 우리은하 중심의 Sgr A* 뿐 아니라 M87은하도 겨냥하기로 한 것이다. Sgr A*가 우리한테 가장 가까운 거대 블랙홀임은 틀림없지만 더 먼 거대은하 속 블랙홀에 비하면 작은 편에 속한다. M87은하에 위치한 블랙홀의 질량은 Sgr A*의 1000배에 달한다. 이렇게 거대한 M87 블랙홀은 변화가 크지 않다. 반면 우리은하 속에 위치한 녀석은 몸집이 작은 만큼 말썽꾸러기라 볼 수 있다. 카메라 앞에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아이를 깔끔하게 찍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멀리 있지만 M87 속 은하가 촬영하기에는 더 좋은 천체일 수 있는 것이다.

M87은하의 모습


 목표도 나왔다. 2017년 3월 말. EHT의 천문학자들이 칠레, 하와이, 스페인, 멕시코, 애리조나, 남극에 위치한 망원경을 향해 떠났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4월 4일부터 최대 10일이었다. 그 안에 수많은 요소가 맞아 떨어져야 했다. 단일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는 해당 장소의 날씨만 보면 된다. 하지만 이 미션은 전 세계 8개 지역의 날씨를 모두 체크해야 했다. 기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오류 역시 한 대를 쓸 때보다 훨씬 더 많아짐은 당연했다. 다행히 하늘이 연구진의 손을 잡아줬다. 날씨는 나쁘지 않았다. 이제 하늘을 올려다 볼 시간이었다.

 관측은 총 5일 동안 지속되었다. 중요 천체였던 M87과 Sgr A* 뿐 아니라 대조군으로 활용해야 하는 퀘이사같은 천체를 포함하여 긴 관측이 진행되었다. 각 데이터는 원자시계를 통해 기록된 시간과 함께 저장되었다. 연구진은 촬영 내내 거의 밤샘 작업을 하면서 보냈다. 긴 시간 망원경이 있는 전역에서 관측이 가능했다는 커다란 축복을 받았지만 일은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당장 데이터가 저장된 디스크만 톤 단위였다. (총 데이터만 4페타바이트 수준이었다.) 너무 데이터가 많은 나머지 백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해당 디스크는 택배로 배송하여 한 곳으로 모아야 했다. 만약 한 곳이라도 데이터가 분실된다? 5일의 꿈이 아니라 수십년의 꿈이 날아갈 위기였다. 택배부터 위기에 빠진 천문학자라니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데이터가 저장된 하드디스크의 모습


 다행히 가장 교통이 좋지 않은 남극에서 날아온 디스크도 정상적으로 도착했다. 이제 데이터를 합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 또한 난관이었다. EHT는 거대한 망원경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구멍을 낸 형태라 볼 수 있다. 그나마 점처럼 있는 각 망원경이 지구의 자전에 의해 수집한 데이터의 범위가 조금이나마 넓어졌다고 해도 구멍난 부분이 채워진 부분보다 넓다는 것은 변함없다. 이 부분을 매워야 하는 것은 프로그래머들의 알고리즘이었다. 각기 다른 팀에게 똑같은 데이터를 주고 이미지화 작업을 시작했다. 데이터에 같이 저장된 시각 기록을 보고 하나하나 이미지를 찾아간다. 거대한 퍼즐이 잔뜩 뿌려진 바닥에서 길을 만들어야 했다. 각 이미지 팀은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결과물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절대로 각 팀은 다른 팀이 작업 중인 이미지를 볼 수 없었다. 다른 사진과 다르게 블랙홀은 이전에 없던 이미지였다. 답안지가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매운 구멍이 실제 블랙홀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서로 다른 팀이 다른 길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었는데 만약 그 이미지가 서로 매우 흡사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미지의 신뢰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2018년 6월에 시작된 이미지 작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든 팀의 이미지 매칭률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비어있는 퍼즐 조각이 제대로 맞춰졌다.

 연구팀은 관련 논문 작업을 끝내고 2019년 4월 11일. 전세계 6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M87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무언가를 보였다. 주홍빛 원 안에 숨어 있는 검은 구멍. 수많은 과학자가 찾아다녔던 그 블랙홀이 자신의 흔적을 보여준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M87 블랙홀의 모습. 엄밀하게 따지자면 블랙홀 자체를 찍었다기보다 블랙홀로 인해 휘어진 주변부의 빛을 찍은 것이다. 그래서 이를 블랙홀의 그림자를 찍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EHT 연구팀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2019년 발표 이후 2021년에는 Sgr A*의 모습을 발표했으며 각 블랙홀의 다른 모습 역시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다. 팀 자체의 규모도 초기보다 훨씬 커졌으며 우리나라에 있는 KVN 전파 간섭계도 이 연구에 한 몫을 해내고 있다. 사진 자체 뿐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는 블랙홀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어주고 있으며 후속 관측을 통해 M87 블랙홀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다. 검은 베일 너머에 존재하던 블랙홀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찾아낸 것이다.

1년 차이를 두고 관측한 M87 블랙홀의 모습. 밝은 부분의 위치가 약간 변했다.


 블랙홀은 천문학이라는 학문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아주 인기있는 천체이다. 그래서 그런지 발표와 함께 전 세계의 언론은 블랙홀 사진을 대서특필 했으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을 질러버린 이 이미지는 단순하게 ‘블랙홀을 찍다니 대단하네!’로 끝내기엔 아까운 것이 많다. 이론으로 존재하던 것을 현실로 끌어내 증명하는 과정은 과학에서 수없이 이뤄져 온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블랙홀은 조금 특별했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학자가 전 세계 크기의 도구를 이용하여 저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 보았다. 단순히 한 사람의 힘을 넘어 다수의 지성이 도전한 이 연구는 현재 과학이, 그리고 앞으로의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잘 작동되었을 때 그 결과가 어떠할지 보여주는 좋은 교보재라 할 수 있다. 아무도 볼 수 없다 했던 것을 ‘우리’는 보았다. 다음은 얼마나 더 깊은 심연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그 속에 숨은 비밀을 향해 ‘우리’는 점점 더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EHT에 참여한 망원경 중 SPT(남극)의 모습
EHT에 참여한 망원경 중 ALMA(칠레)의 모습
EHT에 참여한 망원경 중 JCMT(하와이)의 모습

참고자료

  1. 하이노 팔케, 외르크 뢰머(김용기, 정경숙 역). 2023. 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 에코리브르
  2. 애나 크롤리 레딩 (권가비 역). 2022. 선을 넘는 과학자들. 다른
  3. 우종학. 2009. 블랙홀 교향곡. 동녘사이언스
  4. 정태현. 2019. 블랙홀 사진 찍기: 초장기선 전파간섭계. HORIZON
  5. 한국천문연구원. 2019. 사상 최초로 실제 블랙홀 영상 얻는 데 성공
  6.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본부 홈페이지
  7. EHT 홈페이지
  8. 피터 갤리슨. 2020.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에서.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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